
"아침에 먹는 사과는 금(金), 저녁에 먹는 사과는 독(毒)."
이런 말 다들 한 번쯤 들어보셨죠? 저희 어머니도 제가 어렸을 때부터 자주 하시던 말인데 저는 들을 때마다 같은 음식이 먹는 시간에 따라 그렇게 차이가 있을까 싶었습니다.
하지만 이 말은 단순히 구전되는 이야기가 아니라 사과에 포함된 성분과 우리 몸의 소화 리듬이 만났을 때 일어나는 반응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말입니다. 사과의 핵심 성분인 유기산을 바탕으로 왜 아침 사과가 건강에 좋은지, 주의해야 할 점은 무엇인지 알아보겠습니다.
사과의 영양학적 가치와 유기산의 정체
사과는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과일 중 하나입니다. 사과에는 비타민 C, 식이섬유(펙틴), 칼륨, 그리고 다양한 항산화 물질이 풍부하게 함유돼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사과의 신맛을 내는 천연 성분인 유기산(Organic Acid)은 우리 몸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사과에는 대표적으로 사과산과 구연산이라는 유기산이 들어 있습니다. 특히 사과산은 유기산의 90%를 차지할 정도로 핵심 성분입니다. 이 성분들은 체내 에너지 대사를 돕고 근육에 쌓이는 피로 물질인 젖산을 분해해 피로 해소를 돕습니다. 하지만 이 유기산은 섭취하는 시간대와 개인의 위장 상태에 따라 금이 될 수도 독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왜 아침 사과를 금사과라고 부를까
아침 사과가 좋다고 여기는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에너지 대사의 활성화
침대에서 막 일어난 아침, 우리 몸의 에너지는 고갈된 상태입니다. 이때 사과에 포함된 당분과 유기산은 신진대사를 빨리 높이는 좋은 땔감이 됩니다. 유기산은 우리 몸의 에너지 생성 회로인 'TCA 회로'를 부드럽게 돌려 아침의 활력을 찾아줍니다.
장 건강과 배변 활동 촉진
사과 껍질에 들어있는 수용성 식이섬유인 펙틴은 아침에 섭취했을 때 큰 효과를 발휘합니다. 펙틴은 장 내 수분을 흡수하여 변을 부드럽게 만들고, 장운동을 자극하여 변비 해소에 탁월한 도움을 줍니다. 밤사이 멈춰 있던 장 내 노폐물을 배출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항산화 작용과 피부 미용
사과의 붉은 껍질에는 안토시아닌과 퀘르세틴 같은 강력한 항산화 성분이 들어있습니다. 아침에 섭취하는 항산화제는 낮 동안 자외선이나 외부 스트레스로부터 발생할 활성산소를 억제하는 방어막 역할을 합니다.
유기산의 장점
특히 유기산은 단순히 맛을 좋게 하는 성분이 아니라 몸에서 일어나는 여러 화학반응에 관여합니다. 유기산은 산성 환경에서 칼슘과 철분의 흡수율을 높이는 성분입니다. 따라서 멸치나 우유 등과 함께 먹으면 영향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습니다.
또한 살균과 해독 작용에도 도움이 됩니다. 유기산은 장내장 내 유해균의 번식을 억제하고 유익균이 살기 좋은 환경을 조성합니다. 장내 환경이 중요하다는 말 다들 들어보셨죠? 우리 몸 면역세포의 70% 이상이 장에 모여있다고 하는데요. 유기산은 장 건강을 좋게 함으로써 면역력을 높여줍니다.
저녁 사과를 조심해야 하는 이유
하지만 저녁 사과가 독이라는 말처럼 저녁 섭취 시에는 주의가 필요합니다.
위산 과다와 속 쓰림
사과의 산도는 PH 3~4 정도로 위산보다는 낮습니다. 그러나 사과의 유기산은 위액 분비를 촉진합니다. 위장이 건강한 사람에게는 소화를 돕는 장점이 되지만 위염이나 역류성 식도염이 있는 분들에게는 치명적일 수 있습니다. 특히 공복에 산도가 높은 사과를 먹으면 위 점막이 자극받아 속 쓰림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수면 방해와 가스 발생
저녁 늦게 사과를 먹으면 펙틴이 장에서 소화되는 과정에서 가스를 발생시킬 수 있습니다. 이는 숙면을 방해하고 자는 동안 장에 부담을 주어 다음 날 아침 배가 더부룩한 느낌을 줄 수 있습니다. 또한 사과의 유기산이 치아 에나멜을 미세하게 부식시킬 수 있어 섭취 후 반드시 양치질이나 물로 입안을 헹구는 것이 중요합니다. 물론 그렇다고 독이라는 말은 조금 과장된 것 같긴 합니다.
건강하게 사과를 섭취하는 방법 3가지
1. 껍질째 먹기
사과의 영양 성분, 특히 식이섬유와 항산화 물질의 50% 이상은 껍질에 몰려 있습니다. 베이킹소다나 식초를 이용해 깨끗이 씻어 껍질째 먹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2. 물 한 잔과 함께 시작
아침 공복에 바로 사과를 먹기보다는 미지근한 물 한 잔으로 위벽을 보호한 뒤 섭취하는 것이 좋습니다.
3. 디저트보다는 식전 혹은 식간에
사과를 식사 후에 디저트로 먹는 분들이 있는데요. 식사 직후 먹으면 다른 음식물과 섞여 당분 발효가 일어나 소화가 더뎌질 수 있습니다. 식사 30분 전이나 식사 사이에 간식으로 먹는 것이 영양 흡수 면에서 유리합니다.
플러스) 사과 오래 보관하는 방법
사과를 보관하는 방법도 중요합니다. 사과는 익으면서 에틸렌 가스라는 물질을 내뿜는 과일입니다. 이 가스는 다른 과일이나 채소를 빨리 상하게 만들기 때문에 다른 과일이나 채소와 같이 두는 것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다만 감자와 함께 두면 감자에 싹이 나는 속도를 늦출 수 있습니다.
또한 사과를 랩이나 위생 봉지에 하나씩 분리해 보관하면 조금 더 오래, 신선하게 먹을 수 있습니다.
이기는 아침을 위하여
결과적으로 아침 사과는 금사과라는 말은 대체로 맞습니다. 아침의 신진대사를 깨우고 장을 정화하는 데 훌륭한 음식이기 때문이죠.
하지만 위장이 약하거나 평소 속 쓰림이 잦다면 공복 섭취보다는 식사 사이에 간식으로 사과를 먹는 게 더 좋은 방법일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자신의 몸을 잘 알고, 맞는 방법을 찾아가는 것이 이기는 아침을 위한 첫 발걸음이 아닐까요?
긴 글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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